(칼럼) 약해지는 석유달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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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예상대로 올해 말 보유 국채를 줄이기 시작한다 해도, 지난 15년 간 지속적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던 매입자들 중 일부는 더이상 연준을 대신해 국채 매입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 채권시장과 미달러의 향방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석유달러였다. 산유국들이 넘쳐나는 무역수지 흑자를 국채 매입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석유달러의 흐름이 그때와 달라졌고 석유달러 규모 자체가 한층 줄어들고 있다. 연준의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산유국들의 수요를 몰아낸 셈이 된 데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산유국들의 무역흑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과거 외국 자산에 투자할 현금이 넘쳐났던 이들 산유국들은 이제 국가 재정을 정비하고 국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국채 보유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표면적으로는 미국 채권 시장에서 이들의 비중이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
로이터 추산에 따르면, 2007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12개 산유국들은 연준 보유고를 제외한 나머지 미 국채 중 3.2%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 이 비율은 2.5%로 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2014년 중반부터 2016년 초까지 유가가 75% 급락한 것은 이들의 미 국채 보유 현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4년 중반 위의 12개 산유국들이 보유한 미 국채 비중은 2.4%였다. 당시는 배럴당 115달러에 호가되던 유가가 막 폭락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유가는 배럴당 27달러까지 무너졌다.
하지만 이들 산유국은 미 국채 보유 규모를 늘려 2007년에는 1180억달러, 지난해는 5000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미 국채를 보유했다.
하지만 2008년 중반 배럴당 148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유가가 폭락한 데다 연준의 대규모 국채매입까지 이어지자 미 국채에 대한 석유달러의 영향력은 약화됐다.
◇ 산유국들 무역수지, 흑자에서 적자로
산유국들의 외국 투자처가 어디인지는 파악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관련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산 보유 규모조차 불투명하다. 2007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가 보유한 자산이 2500억~8750억달러라며 매우 방대한 범위를 제시했다.
석유달러의 상당부분이 영국(런던), 벨기에,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스위스, 케이맨 제도 등 역외 금융센터를 통해 외국 투자처로 흘러들어간다고 추정될 뿐이다.
지난해 발행된 17조1300억달러의 미국 증권 가운데 이들 금융센터가 6조5600억달러를 보유했다. 즉, 미국 채권과 주식의 40% 가까이가 고작 6개 금융센터의 손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석유달러의 글로벌 영향력이 정점에 이른 것은 2006년으로 추정된다. BNP파리바에 따르면, 그 해 산유국들이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 약 5000억달러를 글로벌 은행대출과 금융시장에 투자했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산유국들은 국부펀드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외국 시장에 투자해 석유를 팔지 않고도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미 국채 매입은 미달러 연동 환율제를 유지시켜주는 기능도 했다.
그 당시 막대한 재원을 쌓아 놓은 덕에 산유국들은 어려운 시절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게 됐다. 현재 중동 및 아프리카 국부펀드의 보유 자산은 3조달러를 넘어서며, 2007년의 1조6000억달러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하회하고 50달러를 하회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산유국들이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카타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단기적으로 달러 연동 환율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사회 및 경제 압력으로 외화보유고가 줄어들 것이다.
2015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경상수지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8.7%를 기록했다. 2005년에 GDP 대비 30%에 가까운 재정흑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재정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연준이 점진적으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한다 해도,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몇 년 전처럼 연준을 대신해 미 국채를 사들일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제이미 맥기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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